고양이와 함께 살게된지 3년
내 인생에서 동물과 함께 사는 일은 한번도 고려해 적이 없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늘 신기하다 생각될 뿐이다.
당시 자전거로 출퇴근 하던 남편은 길 가에 쓰려져 꼼짝도 못하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며칠을 굶었는지 앙상하게 마르고 한쪽 눈은 엄청 부풀어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상태였던 아기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주변에서 작은 박스를 구해 담고 자전거 뒷자리에 묶어서 사무실에 데려갔다고 한다. 마침 공휴일이라 문을 연 동물병원도 없어서 수소문끝에 한 군데를 겨우 찾아갔다. 그곳에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이고 유동식도 먹여 겨우 살려내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사실 데려와도 되는지 내게 먼저 전화로 물어봤는데 나도 동물은 한번도 키워보지를 않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아픈 아기라는 말에 맘이 짠해서 일단 데려와 보라고 했다. 처음에 치료만 해서 건강해지면 좋은 곳에 입양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키우면서 정도 들었고 그 당시 고양이 학대사건이 자주 뉴스에 보도되어서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정성껏 보살펴 살려놨는데 엄한 곳에 입양되어 험한 꼴을 당하면 어쩌나 염려가 되다보니 결국 우리집에서 계속 키우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 사이 세월이 흘러 3년이 지났고 이제 우리집 막내로 당당히 자리를 잡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잘 지내고 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오버그루밍이 심한데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점...환묘복도 오버그루밍 방지용으로 입힌 것인데 저걸 입고 있으니 진짜 어린 아기같아서 더 귀엽게 보인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나도 바뀌게 된 부분이 많다. 그 전까지는 뭔가에 쫒기듯 매일 너무 바쁘게만 달려왔는데 고양이와 함께 있다보면 뭔가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에이~ 그까짓거 안하고 말지...라는 기분으로 꼭 중요한 일이 아니면 패스하게 된다. 편안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저절로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고대 사회부터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는데 원시인과 함께 뒤놀던 고양이도, 현대 사회의 고양이도 모두 하는 행동은 똑같았겠지? 마성의 매력을 가진 고양이...요즘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다양한 고양이 관련 정보도 나누고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것 같다. 오래오래 고양이와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