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늦은 시간까지 무인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는 남편을 잠시 만나보러 가는 길이다.
스타필드가 들어올 예정인 거리는 한참 아파트와 상가 올리기가 바쁘고 상당히 오랜 시간 공터로 방치되던 역사 주변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상가부터 먼저 들어서면서 늦은 밤에도 불빛이 환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남편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어가며 어렵게 대학원을 마쳤다.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직장생활과 병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그 사이 두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남편을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고생 끝에 박사학위는 받았지만 남편이 원하던 교수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파 박사들도 줄줄이 실업자 신세인데 국내 박사학위만으로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었다. 게다가 어렵게 나온 자리도 이미 낙점자를 염두에 두고 형식적인 공고만 낸 경우가 많아 지원해도 최종 면접까지 들러리만 서다가 떨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국내 여러 대학을 전전하며 연구교수와 시간강사 생활만 하다가 결국 교수직에 대한 꿈은 접고 1인 기업으로 창업을 시작한 남편. 애초부터 학자적인 성향의 사람인지라 사업은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도 많아 10여 년을 고생만 하고 손에 쥔 것도 없이 5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일까....낙심하던 차에 우연히 인력개발원에서 반도체 설계 관련 강의를 대타로 잠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강의를 해보니 수입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IT관련 직종 인력을 대거 양성하기 위해 국가에서 k-디지털 트레이닝 강사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지원을 했다. 감사하게도 최종선발까지 갈 수 있게 되어 지금은 국가 공인 K-디지털 직업훈련 강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12월 중반까지는 K-디지털 트레이너 강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공부에 매진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직업훈련 강사로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고 한다....지난 세월 마음고생으로 깊어진 남편의 이마 주름과 움푹 파인 볼을 보면 맘이 짠하다.
그래도 늦은 나이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가르치고 배우며 이제껏 누리지 못한 성취감을 충분히 누리기를 바래본다. 피곤한 몸으로도 열심히 공부하는 남편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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