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앞마당에는 10년이 넘도록 거주하는 길냥이가 한 마리 있다.
그동안 수 많은 고양이들이 거쳐갔지만 아직까지 살아남은 녀석은 저 길냥이 '타이거'가 유일하다. 타이거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엄청 순둥이고 인간친화적이며 애교도 많은 할아버지 고양이다. 길고양이가 10년을 넘게 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어린 고양이 하나가 나타났다.
타이거는 그닥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어린 고양이는 식탐이 많고 눈치가 빨라 아무리 쫒아도 다시 돌아와서 타이거가 남긴 사료를 먹으며 앞 마당을 떠나지 않았다. 날도 점점 추워지고...그래도 어린 고양인데 올 겨울은 나고나서 쫒아내자....하는 마음으로 냅두었더니....
어느 날, 여자친구까지 달고 나타난 것이다. 처진 눈의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야위고 처량해 보이는 흰고양이는 정원 풀 숲에 숨어 있다가 남긴 음식을 먹으며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아직 1년도 안된 어린 냥이들은듯 해서 측은한 마음에 밥을 챙겨주었다. 둘 다 사람 손을 전혀 안타는 애들이라 중성화 수술도 못해주고 겨울을 넘긴 사이 문제가 생겼다.
흰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처음엔 하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지만 하루만에 아기 고양이는 사라지고 며칠 후에는 치즈색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눈 색깔도 아직 파란것이 진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같았다.
졸지에 회사 앞마당에서 고양이가 4마리까지 불어나자 여러가지로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회사 대표님이 질색을 하는 것이었다. 밥을 주지 말라고 했지만 갓 태어난 아기도 불쌍하고 어린 아기 젖먹이는 동안은 어미 고양이도 잘 먹여야겠기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몰래 몰래 밥을 주고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앞 마당 그늘에서 지쳐 누워서 쉬는 고양이 모자를 보니까 맘이 짠했다. 그럼에도 아기 고양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제법 잽싸고 활달한 초딩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여름도 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아기 냥이는 이제 젖도 떼고 엄마를 따라다니며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아기냥이도 제법 덩치가 커지자 더 이상은 몰래 사료주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내가 봐도 회사 앞마당에 고양이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마지막 가족사진이다....대표님은 더 이상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매장 매니저를 불러서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나도 더 이상 주말에 나 대신 아이들 밥을 부탁하기는 미안했고....
나의 이런 곤란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아침마다 이들 가족은 매장 문 앞에서 오픈런을 하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고 있고 자원봉사 단체에서 봉사까지 하는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기 고양이는 그 직원이 입양하고, 엄마 고양이는 내가 데려가고, 아빠 고양이는 봉사단체가 운영하는 센터의 보호소로 보내기로 했다.
본 투비 길고양이 출신이라 생포하기 조차 힘들었던 흰둥이(어미 고양이를 임시로 흰둥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렵사리 통덫으로 흰둥이를 잡았고 동물병원에 보내 중성화 수술을 마친 후 우리 집에 데려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흰둥이에게 30년치 미움을 한번에 받은듯 하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이 있다면 성묘 고양이 합사는 쉽지않다 들었는데 얘네들은 처음부터 하악질 한 번 없이 잘 어우러졌다. 가끔 우리 고양이가 올라타서 목을 무는 일은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문제는 나다.
흰둥이에게 단단히 찍혀서 마음을 열지않기에 평소 얼굴 보기가 거의 힘들다. 주로 침대 밑에 숨어서 지내는데 저 날은 왠일로 침대 위에 잠시 올라갔기에 냉큼 찍었다만.....평소엔 뒤돌아 보면 후다닥 도망가기 바쁜 흰둥이의 엉덩이만 잠시 볼 수 있을뿐이다. ㅎㅎㅎ
언제쯤 우리 집에 적응해서 마음 편하게 지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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