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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방과후교실 미술반에서 서울대 미대 합격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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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날 중학생이던 아이가 미대를 가고싶다고 말했을때 순간 아찔했다.나도 미대를 나오기는 했지만 그당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에 가정형편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거지 미대입시는 그 옛날에도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실질적인 가장으로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그당시 나의 상황에선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여러가지 말로 아이를 설득하며 다른 진로를 권유했지만 아이의  의지는 평소와 달리 너무 확고해 도저히 꺽이지를 않았다. 지원 못해주면 실기시험 없이 선발하는 미대라도 갈테니 말리지만 말아달라고 했다.

도저히 포기하지 않겠구나 싶어 그렇다면 최대한 학비가 덜 드는 방법이 없을까 열심히 찾아보다가 방과후 교실을 통해 입시미술 지도를 받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과연 방과후 교실 수업만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한 수준의 실기 실력이 나올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우리 지역에서도 방과후 수업에서 미술반 운영을 하고 있다는 고등학교가 있어 일단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사실에 반신반의 했을것이다. 방과후 교실에서 배우는 수준으로 과연 대학을 갈 수 있을까....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서 실기실에 걸려있는 학생들의 그림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전국의 모든 방과후 교실 미술반 실력이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 미술반 실기실력은 결코 취미로 대충 운영하는 곳은 아니었다.

실제 상담을 해보니 미술반 선생님들도 모두 서울예고, 선화예고 출신들이었고 외부강사로 초빙되어 입시미술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한예종, 홍대, 서물대 출신들이었다. 게다가 강남 유명 미술학원에서 오랫동안 서울대 입시만 전문적으로 지도하시는 분도 계셨다.

내가 볼땐 강사진이 홍대 앞이나 강남 유명입시 미술학원 수준에 절대 밀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과후 교실 비용으로 입시미술 지도를 받을 수 있다보니 실기비용도 일반 미술학원의 20~30% 수준이었다!!

더불어 학교 마치고 바로 같은 건물 다른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니 외부 학원을 오가느라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과 체력도 아낄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었다.

결국 그 고등학교를 진학한 아이는 미술반에서 3년간 평일 저녁과 주말 마다 저렴한 비용으로 입시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2021년 서울대 미대에 합격했다.

그 학교 미술반 출신으로 서울대를 간 세번째 학생이었다. 즉 그 학교는 방과후 수업만으로 서울대는 물론 홍대, 이대, 국민대, 한예종 등 유명 미대 합격생을 매년 꾸준히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전국에 이런 숨겨진 실력파 학교들이 상당히 있다. 내가 미술을 배우던 시절에는 이런 제도가 없었기에 나는 이런 방법으로도 서울대 미대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세상 참 좋아졌구나 생각되었다.

부유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배울 수 있던 입시미술이 이제는 어느 정도의 재능과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 시절 재능이 있어도 가정 형편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는데 방과후교실이 제 기능을 다하면 이렇게 좋은 성과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 나처럼 경제적인 문제로 미대입시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방과후교실 미술반을 잘 활용해 보시라고 조심스럽게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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