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

반응형

둘째까지 대학에 보내고 나니 인생의 큰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었다. 이젠 더 이상 챙겨줘야 할 식구도 없으니 마음껏 일이나 실컷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코로나 시국이라 다들 어려워서인지 투잡 쓰리잡 뛰는 사람들이 많았고 뉴스나 sns를 봐도 부업으로 월급 이상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그당시 즐겨보던 김미경 TV 채널이나 신사임당 유튜브에 소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세상 사람들은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나만 나태하게 늘어져 사나보다 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졌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보니 뭐라도 시도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조바심도 많았다.

그러던 즈음 아기 고양이를 갑자기 구조하여 임보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엔 많이 아픈 상태라 치료해서 좋은 곳으로 입양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든데다가 그당시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뉴스에 자주 보도되던 시기라 혹여 열심히 치료해서 살려놓은 아이가 잘못 입양가서 나쁜 일이라도 당할까 걱정도 되었다.

결국 아기 고양이는 우리 식구가 되었고 아이들이 진학과 취업으로 집을 떠난 이후 고양이 독박육아는 내 차지가 되었다.

퇴근 후 투잡 쓰리잡의 꿈은 물 건너간 일이 되었다. 집에 혼자 남아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를 생각하면 맘이 쓰여 곧장 퇴근 할 수 밖에 없었고, 집에서 하던 부업도 최대한 줄여 고양이를 돌보는데 점점 더 시간을 쓰게 되었다.

아....이게 아닌데....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무슨 일이라도 하나 더 해야 하는데....하는 조바심에 마음이 초조하다가도 아기 고양이랑 놀아주다 보면 그런 세상 시름을 잠시 잊게 되었다.

특히 고양이를 안고 낮잠이라도 재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오면서 에이~몰라. 걍 가난하게 살지 뭐. 덜 먹고 덜 쓰면 되지....이런 마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록 돈은 더 벌지 못했고 심지어 사료비에 병원비, 각종 고양이 용품을 사느라 지출은 늘어갔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해졌고 뭔가를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순간은 세상의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 든다.

그러는동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 스트레스 받을까봐 피하던 김미경 채널이나 신사임당 채널은 여러 우여곡절은 겪은 듯 했고, 오늘 우연히 다시 보게된 김미경 강사는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달리라고 채찍질 했던 과거를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미친듯이 목표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표만 남고 나는 사라진다고....자신은 그랬다며 반성한다고....너무 열심히 살지는 말라고 말한다.

나는 어쩔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치만 결과적으로는 이게 결코 어리석은 선택은 아닌 것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없고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상좡이지만 그럼에도 예전처럼 불안하지도, 조바심에 쫒기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저 고양이와 하루하루 감사하며 느릿느릿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오늘 하루에 주어진 것에만 집중하며....만족하며.....이걸로 충분하다.

반응형